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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킨슬·마니 페이반 <유튜브 레볼루션> 더 퀘스트 2018

 

 

게임 하는 시간보다 유튜브 보는 시간이 더 길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초등학생부터 실버 세대에 이르기까지 그곳에 빠져드는 이유가 궁금해 1년 전 유튜브를 슬쩍 기웃거리다가 오랜 시간을 거기서 머물게 된 나를 발견했다. 크리에이터 라는 새로운 직종이 생기고, 기존 방송국 중심의 컨텐츠 제작과 유통의 흐름이 바뀌고, 스파게티 만들기부터 집짓기까지 유튜브 시청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지식, 위로, 공감, 소통, 돈이 각자의 관심과 시간을 매개로 흐르고 증폭되며 창출되고 진화한다.

 

이 책은, 유튜브의 사업 전반을 책임지는 CBO(Chief Business Officer) 로버트 킨슬과, 구글 수석 작가인 마니 페이반이 쓴 유튜브의 성장보고서라고나 할까. 유튜브 홍보 책자의 느낌도 살짝 있지만 그들의 문제 의식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매커니즘을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었다. 2018년에 나온 책인데, 요즘 냉장고 파먹기 대신 책장 파보기를 하던 중 참고하며 소개하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 적어본다.

 

 

 

Chapter 7 퀼팅으로 하나의 세상을 창조하다 [틈새가 지닌 굉장한 가능성]

  미주리스타퀼트컴퍼니Missouri Star Quilt Company 이야기

 

제니 도안Jenny Doan은 푸근한 매력과 유머 감각으로 한 마을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다. 그녀는 미주리스타퀼트컴퍼니의 수장이자 상징인 인물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퀼트 전문가다. 제니 도안은 어렸을 때 모친의 옷을 잘아 이어붙이면서 퀼팅을 익혔다고 한다. 그러다가 4-H(농촌경제 부흥과 인재개발을 위해 창설된 청소년 단체-옮긴이)에서 바느질을 전문적으로 배웠다. 이후 뮤지컬 무대 제작에 참여해 배역에 따라 여러 종류의 의상을 만들었다. 퀼트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깨닫고 더욱 야심 찬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된 것은 이로부터 한참 후, 인생의 노년기에 다다랐을 때였다.

 

1996년 제니의 아들 조시가 암 진단을 받고 치료과정에서 가정경제가 어려워져, 제니 가족은 더 싼 집을 찾아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 해밀턴으로 이주했다. 2008년 아들 알과 딸 세라는 부모님의 노후 자금을 고민하다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어머니가 취미 생활을 계속하길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지역 내에서 작은 사업 수단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두 사람은 3만 6천 달러 대출을 받아 퀼트 기계를 구매했다. 기계를 들여놓을 작업실을 만들기 위해 2만 4천 달러를 추가로 빌려 오래된 자동차 전시장을 매입했고, 미주리스타퀼트컴퍼니를 세웠다.

 

  “처음으로 자신의 손으로 무언가를 해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며 삶이 변하기 시작한 거죠.”

그때만 해도 유튜브를 접해 본 적 없던 제니는 아들 알의 도움으로 퀼트 튜토리얼 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손주들이 노는 소리가 배경 음악이 되고 영상은 흔들렸지만 그 안에서 제니의 성품과 지식이 돋보였다. 창업 초기 부진한 매출을 이어가던 매장에 유튜브를 보고 뉴욕, 메시코시티 등 각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어갔다. 팬들에게 편지도 오기 시작했다.

 

  “여기는 조금 색다른 곳입니다. <앵그리버드>와 <스타워즈> 원단이 있는 곳이죠.”

2009년 해밀턴은 유령 도시 같은 모습으로 중심부인 노스 데이비스 거리에는 낡은 건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2016년 당시 미주리스타퀼트컴퍼니는 노스 데이비스 거리에서 17개의 상점을 운영했다. 여기에는 햄버거 가게와 베이커리, 팜투테이블 레스토랑(농장과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며 식자재를 직접 공급하는 레스토랑-옮긴이)이 포함되어 있었고, 상점 중 한 곳인 바느질 센터에서는 일주일짜리 퀼팅 연수를 연간 50회 개최한다고 했다.

 

  “아뇨, 유튜브에 있는 아마존 영상을 보고 창고를 지었어요.”

교육용 콘텐츠는 온라인 영상 시장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카테고리다. 가자들은 유튜브를 ‘고양이 동영상 자료실’이라고 지칭하며 신랄한 논조의 가사를 내보내지만, 실제로는 교육 영상과 이른바 하우투 영상의 재생 시간이 동물 영상에 비해 5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2016 리우 올림픽의 창 던지기 은메달리스트인 줄리어스 예고Julius Yego는 유튜브를 통해 창 던지는 기술을 독학했다고 밝혔다.

 

 

Chapter 9 크리에이터의 수익은 어디서 오는가 [디지털 시대, 창의력에 투자하기]

  패트리온Patreon 이야기

 

 

기업 패트리온은 2013년 음악가 잭 콩트Jack Conte가 세운 기업이다. 그는 스탠퍼드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2006년에 졸업한 후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친구들은 의대에 들어가거나 고소득의 IT 직종이나 금융 업계로 나갔지만, 그는 음악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음악 공연장에서 ‘피자와 맥주’를 일당으로 받으며 연주를 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음악 투어를 진행하고 솔로로도 활동했다. 2007년 초반, 잭은 한 소년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유튜브 영상이 30만 조회 수를 기록한 것을 보았다. 그런데 그는 6개월에 걸쳐 앨범작업을 마치고 마이스페이스(커뮤니티 서비스 사이트-옮긴이)에 음원을 올렸지만 그 날 하루 자신의 노래를 들은 사람이 세 명뿐인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자신이 잘못된 플랫폼에 음악을 올린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데 3개월이나 할애했습니다. 통장 잔액은 바닥났고요. 1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한 셈이었 죠! 그런데 유튜브에 올리면 광고수익으로 150달러가 들어와요.”

낙담한 그는 곧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뮤직비디오를 공개할 때마다 팬들에게 1달러씩 후원금을 요청하면 어떨까’ 이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가 몇 년 동안 업계에서 활약하고 있었지만 잭의 비전은 그들과 차이점이 있었다. 잭이 구상한 것은 일회성 기부가 아니라 매달 후원을 지속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아티스트에게 정기적으로 수익이 발생하게 하는 구조였다.

 

  “유튜버로서 큰 프로젝트 하나를 만들 돈만 모아 반짝 떴다가 사라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크리에이터의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매달 월급을 받고 싶었어요.”

잭은 잭의 대학 시절 룸메이트였던 샘 얌Sam Yam과 함께 2013년 5월 패트리온을 세상에 선보였다. 2주 후, 후원자들이 잭에게 기부한 금액은 5,000달러가 됐다. 패트리온의 철학은 잡지 <와이어드Wired>의 창립 에디터인 케빈 켈리Kevin Kellly가 2008년에 올린 ‘1000명의 진정한 팬’이라는 제목의 블로그 글에서 파생됐다고 한다.

 

 “진정한 1,000명의 팬이라는 개념의 핵심은 간단하다. 아티스트, 음악가, 사진작가, 공예가, 연주가, 애니메이터, 디자이너, 영상 제작자, 작가 등 예술 창작 활동을 하는 모든 크리에이터는 단 1,000명의 팬만 있으면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말하는 ‘진정한 팬’이란 예술가의 작품을 무조건 구매하는 이들이다. 당신의 노래를 듣기 위해 3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운전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당신의 책을 구매해 사인을 요청하고 캐릭터 상품으로 동반되는 티셔츠, 머그잔, 모자를 구매한다. 하루빨리 다음 작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하루에 한 명씩 확보한다면 3년밖에 걸리지 않는 일이다.”

켈러가 말하는 진정한 팬은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위해 연간 100달러의 후원금을 쾌척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이다. 1년에 100달러를 후원해줄 1,000명의 팬이 있다면 아티스트는 연간 10만 달러의 소득이 보장되는 셈이다. 그는 인터넷 시대에 1,000명의 진정한 팬을 찾기란 아티스트에게 그리 어려운 과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