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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탈러·캐스 썬스타인 <넛지> 리더스북 2018(개정판)

 

 

매번 잔소리를 하거나 호통을 치는 방식보다 더 수월하면서 효과적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을까? 적게 고민하고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행동 경제학의 선구자로 알려진 리처드 탈러와 오바마 정부에서 아이디어 뱅크로 활동한 캐스 선스타인의 공저인 <넛지>는 위와 같은 의문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리처드 탈러는 비이성적인 인간 행동의 비밀을 밝혀낸 공을 인정받아 201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제한적 합리성, 자기 통제력의 결여, 사회적 영향력으로 비합리적을 선택을 하곤 하는 인간의 심리와 사회적 시스템의 작용 방식을 들여다보고 ‘넛지’를 활용해 개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넛지란?

@Wikimedia Commons

 

사회과학 분야의 믿을 만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인들은 상당히 형편없거나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자기 통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법은 개인이 반(半) 자율적인 두 개의 자아로 구성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는 원시안적인 ‘계획하는 자아(Planner)’이고 다른 하나는 근시안적인 ‘행동하는 자아(Doer)’이다. 계획하는 자아는 숙고 시스템을 대변하는 것으로서 자신 안에 숨어 있는 이상적 인간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행동하는 자아는 자동 시스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서 우리들 모두의 내부에 숨어 있는 허당스러운 인간으로 생각할 수 있다.

 

넛지는 선택 설계자가 취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서 사람들에게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인센티브를 크게 변화시키지 않고 예상 가능한 방향으로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즉 넛지는 ‘행동하는 자아(Doer)’에게 숙고 할 수 있는 장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넛지 형태의 간섭은 쉽게 피할 수 있는 동시에 그렇게 하는 데 비용이 적게 들어야 한다. 넛지는 명령이나 지시가 아니다. 과일을 눈에 잘 띄는 위치에 놓는 것은 넛지다. 그러나 정크푸드를 금지하는 것은 넛지가 아니다.

 

 

 

넛지의 사회적 적용

넛지는 사람들의 저축을 늘리는 데, 식생활을 개선하는 데, 보다 현명한 투자를 꾀하는 데, 보다 나은 보험 플랜과 신용카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혼란스런 설계로 인한 이후의 개인적·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면서 개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효과적으로 기여한다는 장점이 있다.

 

@flick

 

2000년 미국의 대선에서 조지 부시 후보는 노인들에게 신(新) 복리후생 계획을 제안했다. 민간 의료보험 회사들이 고안한 의약 플랜들을 매우 다양하게 제시한 다음, 소비자들에게 스스로 가입 여부와 선호하는 플랜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계획이었다. 3년 후, 부시 대통령의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2006년에 플로리다의 어느 노인 회관에서 해당 계획을 처음 발표하면서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선택안이 많아질수록 자신의 구체적인 니즈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을 찾을 확률도 높아지지요.” 막대한 선택권을 제공한 해당 시스템은 어떤 면에서는 적절했지만 다음과 같은 네 가지의 주요 결함을 안고 있었다.

* 가입자들에게 가능한 옵션들 속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돕는 지침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

* 대부분의 노인들에게 디폴트 옵션은 비등록이었다.

* 자동 가입된 600만 명에 대해서는 디폴트를 무작위로 선택했으며, 개인이 복용해온 처방약들을 토대로 해당 개인에게 적합한 플랜을 할당하려는 노력을 적극적으로 거부했다.

* 가장 무력한 인구집단, 특히 빈곤층과 교육수준이 낮은 인구집단에게는 혜택을 제공하지 않았다.

 

모기지와 학자금 대출 그리고 신용카드 때문에 삶이 필요 이상으로 훨씬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사람들은 교묘하게 이용을 당한다. 종종 최선의 방법은 사람들에게 스스로 조심하도록 당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보편적으로 지닌 약점들은 대출을 받을 때 심각한 고충을, 심지어는 재난을 야기할 수 있다. 다른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정부는 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선택 설계에서 몇 가지만 개선하면 사람들이 치명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어렵고 복잡하며 발생빈도가 낮은 결정에 대해, 그리고 적절한 피드백이 제공되지 않아서 학습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을 때 넛지를 필요로 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니 넛지

이 책에서는 일상의 작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12가지 넛지들을 소개, 제안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헬멧 착용을 의무화 하자는 의견과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허용하자는 의견 사이에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칼럼니스트 존 티어니(John Tierney)(2006)는 자유를 유지하는 동시에 안전을 증진시킬 수 있는 넛지 형태의 방법을 제안했다. 헬멧 착용을 원치 않는 오토바이 탑승자들에게 특별 면허를 취득하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즉, 추가 코스 시험에 합격하고 의료보험 증서를 제출하는 사람에게만 특별 면허증을 내주는 것이다. 추가 코스 시험과 의료보험 증서 제출은 다소 성가신 일일 수 있으나 이런 요구는 금지 조치보다 개입주의적인 요소가 덜하며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일 수 있다.

 

@flickr

 

나쁜 습관을 고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넛지도 있다. 자동 시스템에 ‘그만!’하고 명령하는 제품을 구입함으로써 숙고 시스템이 자동 시스템을 길들이게 만들 수 있다는 관점에서 말이다. 손톱 물어뜯는 습관을 고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마발라(Mavala)나 올리 노바이트(Orly No Bite)처럼 쓴 맛이 나는 매니큐어를 구입할 수 있다. 일부 알코올중독자들에게 지급되는 디설피람(Disulfiram)도 그러한 예이다. 디설피람은 알코올을 섭취할 경우 곧바로 구토를 하고 숙취를 겪게 하는 약이다. 디설피람은 일부 만성 알코올중독자들에게 치료 프로그램의 일환으로서 강력하고도 긍정적이 효과를 발휘해왔다.

 

분노한 메시지가 담긴 이메일을 발송하고 이불킥을 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귀여운 제안도 있다. “경고: 이 이메일은 무례해 보입니다. 따라서 24시간 이후에 재전송 명령이 입력되어야만 전송할 수 있습니다.”와 같은 디폴트를 지정할 수 있다. 또는 할아버지의 생년월일을 입력하거나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게 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하면서 지연 시간을 두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 저자 두 사람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대안적 방식으로 둘 중 한 사람이 몹시 화가 나서 거친 이메일을 쓰면 그것을 다른 한 사람에게 전송하여 편집하게 했다고 한다. 단, 두 사람이 서로에게 화가 났을 때는 효과가 없을 것이기에 프로그램이 빠른 시일 내에 개발되기를 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