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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댄 애리얼리·제프 크라이슬러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청림출판 2018

 

 

댄 애리얼리

듀크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경영대학원, 신경과학과, 의대 등에 두루 적을 두고 있다. 행동경제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보다 현실적으로 인간의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의 첫 번째 저서인 <상식 밖의 경제학 Predictably irrational>은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열풍을 일으키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유대인은 1650만명의 그리 많지 않은 수의 민족임에도 미국 경제의 주류에 자리 잡고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한다. 세계적인 교육열과 성실함을 지닌 한국인을 유대인에 빗대면서 왜 한국인은 유대인만큼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하는 질문이 유행했고, 이를 탈무드 같은 경전이나 하브루타 같은 교육방식에서 찾으려는 노력들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유대인들은 돈에 대한 교육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시키는 반면, 우리나라는 성공과 부를 추구하면서도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고상하지 못한 일로 간주하는 사회적 분위기기 있었다.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같은 책이 나오는 것을 보면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미국의 일반적인 상황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가 보다. 행동경제학자인 리처드 탈러가 쓴 <넛지>에서는 주로 정책, 사회적 시스템의 측면에서 넛지를 어떻게 사용해왔고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에 대한 연구가 담겨있다면, 이 책에는 개인이 돈을 대하는 패턴과 심리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1개의 마시멜로를 먹을 것인가, 1주일 후에 1 상자의 마시멜로를 먹을 것인가?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표방하는 일부 유럽이라면 이런 질문이 크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자신의 현재 의식주와 노후의 생활을 거의 개인이 감당해야 하기에 이 물음에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답해보는 것은 아직 중요한 일인 것 같다.

 

 

 

 

 

기회비용

@vimeo

 

39_여러 해 전에 댄과 연구 조교 한 명이 도요타 자동차 매장으로 가서 신차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에게 신차를 사면서 무엇을 포기할 것인지 물었다. 그런데 이 질문에 구체적인 답변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즉, 신차를 사면서 자기가 지불할 수천 달러를 다른 용도로는 어떻게 사용할수 있을지 조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댄은 또 다른 질문으로 신차 구매자들을 조금 더 압박했다. 그는 도요타 자동차를 살 경우 구체적으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누릴 수 없게 될지를 물었다. 그러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만일 자기가 도요타 자동차를 산다면 혼다 자동차 혹은 그 밖의 다른 자동차(즉, 도요타 자동차의 대체재)를 사지 못할 것이락 대답했다. 그해 여름휴가 때 스페인에 그리고 그다음 해에 하와이에 못가게 될 것이라거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한 달에 두 번씩 멋진 음식점에 못 가게 될 것이라거나, 혹은 학자금 대출을 모두 갚기까지 5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식으로 대답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들에게는 자기가 지출하고자 하는 그 돈을 미래에 얻을 일련의 경험이나 재화를 살 수 있는 잠재적 역량으로 바라볼 능력이나 의지가 없는 것 같았다.

 

 

 

상대성

@P.66

87_우리는 어떤 것의 적정 가격을 모를 때 보통은 지나치게 비싼 고급품이나 너무 싸구려를 선택하지 않는 것을 최상의 선택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중간 지대에 놓인 것을 선택하는데, 이 중간 지대에 놓인 제품이야말로 여러 가지 선택지를 설정하는 마케팅 담당자들이 애초부터 팔고자 한 제품인 경우가 흔하다. 설령 그것이 우리가 진짜로 원하는 것인지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전혀 모른다 해도 전체 범위의 가운데에 놓인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이성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것이 반드시 잘못된 선택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제품의 진정한 가치와는 거의 아무런 관련도 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내려진 선택임은 분명하다. 셔츠 가격이 원래 100달러였지만 60달러로 내렸다는 이유만으로 그것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또한 8온스와 10온스 그리고 12온스 햄버거가 있을 대 10온스짜리 햄버거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극장에서 9달러짜리 팝콘 상자가 너무 커 보여서 8달러짜리 팝콘 상자를 선택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두 개의 선택지가 있을 때 상대성은 완벽하게 훌륭한 도구다. 이때 의사결정은 절대적인 가치가 아니라 상대적인 대안을 바탕으로 내려진다.

 

 

 

심리적 회계

@flickr

 

118_2008년 금융위기는 많은 부분 회계 부정 때문에 발생했다. 돈을 돌리고 잘라서 팔아넘기는 방법(파생상품을 말한다. 옮긴이)을 동원해서 돈으로 돈을 벌고자 했던 금융계의 일부 사람들 때문에 금융위기가 일어났다. 이들은 최상층에서부터 사기 음모를 꾸몄으며, 자기들에게 편리하고 수익이 높고 유리한 이런저런 파생상품 펀드를 내세워서 여러 계정의 위치나 순서를 이리저리 바꾸고 서로를 뒤섞었다.

122_구멍을 만들 듯 우리 역시 융통성 넘치는 지출 논리로 이리저리 빠져나간다. 우리는 아무런 회계 범주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돈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 그라나 회계 범주를 사용해도 지출명세 분류를 왜곡한다. 규칙을 바꿔서 잘못된 지출이 잘못된 것으로 보이지 않도록 그럴듯한 핑계와 이야기를 꾸며낸다.

 

 

 

언어와 제의

@flickr/ Public Enemy의 노래 'Don't believe the hype과대광고를 믿지마' 참고

 

326_주방장 특선 요리에 대한 1분 동안의 설명은 요리 자체만이 아니라 그 요리와 관련된 배경과 역사까지 다룬다. 향과 식감과 맛에 초점이 맞춰진 이야기는 미묘하고 복잡한 요리 방법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사람들은 그 묘사만 듣고서도 그 요리를 바라보고 씹어 먹고 냄새 맡고 뜯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처럼 사람의 정신과 육체는 곧바로 그 경험을 할 준비를 마친다. 언어가 어떤 경험이나 경험의 기대를 지원할 때, 그 언어는 그 경험 및 경험의 가치평가 수준을 바꿔놓고 차원을 격상시킨다. 

 

 

 

율리시즈 약정(Ulysses contracts)

@WIKIMEDIA COMMONS

 

463_율리시스는 사이렌이 자기 이름을 부르면 자기가 그 목소리에 홀리고 결국 자신과 부하들이 바닷물에 수장되고 말 것임을 잘 알았다. 사이렌의 유혹 앞에서 자제력을 유지할 수 없을 것임을 잘 알았던 것이다. 사이렌의 목소리를 듣고 싶긴 했지만, 아무리 해도 그 유혹의 목소리에 저항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에 율리시즈는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하면 사이렌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지만 그 목소리에 홀려서 바다에 몸을 던지는 행동은 못할 테니 말이다 그러고 부하들에게는 귀를 밀랍으로 막으라고 명령했다. 부하들이 사이렌의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고 또 돛대에서 풀어달라고 할 수도 있는 자기의 명령을 듣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이 계획이 통했다. 율리시즈와 부하들과 배는 무사히 죽음의 바다를 건넜다(그리스 신화에서 사이렌이 노래를 부르면 근처를 지나는 뱃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배가 좌초되면서 목숨을 잃었다. 옮긴이).

  율리시즈 약정을 따른다는 것은 신용카드의 한도를 미리 조정한다거나 선불카드만 사용한다거나 혹은 모든 종류의 카드를 폐기하고 오로지 현금만 사용한다는 뜻이다. 또 율리시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름의 401(k)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것도 여기 포함된다. 

 

 

"돈 문제와 관련된 주변 환경을 개선하고, 돈 문제와 관련된 심리적 실수의 영향력을 줄이며 또한 우리를 잘못된 길로 몰고 가는 외부의 힘을 약화시키는 시스템을 보다 더 많이 설계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