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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erature

존 윌리암스 <스토너> RHK 2015

 

 

소설책을 손에 든 게 얼마만인지...

이 책을 언제, 왜 샀는지는 기억이 가물거리지만,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시골 마을에서 오랫동안 농사일을 하신 부모님은 아들이 농과대학에서 4년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농사일을 돕기를 바라셨다. 아들은 컬럼비아에 있는 미주리 대학의 농과대학 1학년으로 입학했다. 그러나 그는 2학년이 되어 수강한 영문학 강의에서 처음 소네트, 세익스피어의 희곡 등을 접하며 자신이 걸어갈 길이 농사가 아닌 이곳에 있음을 예감한다.

 

윌리엄 스토너의 이야기. 1910년~1956년을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어떤 슬픔이 잠재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1·2차 세계대전을 통과하면서 겪은 죽음과 공포의 감정이 전달되어서인 것 같다. 스토너는 첫사랑 이니스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글을 쓴다. 평생 인연이 될 친구를 만나고 친구를 잃고 동료와 등지게 되고, 드리스콜과 사랑에 빠진다.

 

책의 뒷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다. ‘슬픔과 고독을 견디며 오늘도 자신만의 길을 걷는 당신을 위한 이야기/ 사는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누구나 스토너다’ 이 책에 대해 평가하는 글들에 스토너를 두고 ‘실패한 삶’, ‘성공한 삶’으로 표현한 것을 보았다. 글쎄,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삶을 순간순간 잘 살아간 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것이 그해 여름에 두 사람이 배운, 이른바 ‘기존 관념’의 기이한 점 중 하나였다. 어렸을 때 두 사람은 마음과 몸이 별개의 것이며 서로 적대적인 관계라고 배우며 자랐다. 그래서 별로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려면 나머지 하나를 희생하는 수밖에 없다고 당연한 듯이 믿고 있었다. 둘 중 하나가 다른 하나를 강화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두 사람이 진실을 깨닫기도 전에 체험이 먼저 찾아왔으므로, 이 새로운 발견이 오로지 두 사람만의 것처럼 보였다. 두 사람은 이처럼 ‘기존 관념’이 기이하게 달라진 사례들을 모아 보물처럼 간직해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기존 관념을 고수하는 세상으로부터 두 사람을 분리시키는 데 일조했다. 또한 두 사람이 야단스럽지는 않지만 감동을 느끼면서 서로에게 더 가까워지는 데에도 일조했다.(P.280)

 

“내가 그런 행동을 하면…….” 스토너는 자신에게 설명하듯이 말을 이었다. “모든 것이…… 우리가 했던 모든 일과 우리의 모든 것이 의미를 잃어버릴 것이오. 내가 교단에 설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은 거의 확실한 일이고, 당신은…… 당신도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 되겠지. 우리 둘 다 지금과는 다른 사람, 우리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사람이 될 거요. 그래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될 거야.”

“아무것도 아닌 존재.”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이번 일에서, 적어도 우리 자신의 모습은 지킬 수 있었소. 지금의 모습이…… 우리 자신의 모습이니까.”

“그래요.” 캐서린이 말했다.(P.302~303)

 

그는 방식이 조금 기묘하기는 했어도, 인생의 모든 순간에 열정을 주었다. 하지만 자신이 열정을 주고 있음을 의식하지 못했을 때 가장 온전히 열정을 바친 것 같았다. 그것은 정신의 열정도 마음의 열정도 아니었다. 그 두 가지를 모두 포함하는 힘이었다. 그 두 가지가 사랑의 구체적인 알맹이인 것처럼. 상대가 여성이든 시(詩)든, 그 열정이 하는 말은 간단했다. 봐! 나는 살아 있어.(P.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