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알랭 드 보통 <행복의 건축> 이레 2007

 

 

우리에게 집은 무엇이고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왜 사람들은 집을 놓아두고 카페에 몇 시간씩 앉아 있는 것일까? 언젠가 세계를 돌며 여행하는 것이, 왜 많은 이들의 버킷리스트에 담겨 있는 것일까? 집은 안식처이고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간이며 재산이기도 한다. 큰돈이 생기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고 싶어 하는 것 중 하나가 더 넓고 더 좋은 집을 짓거나 그런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또 어떤 이들은 작고 단정한 집에 살며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 싶어한다. 물질과 정신 사이, 감각을 충족시켜줄 공간과 제한된 돈 사이에서 고민이 일어나기도 하고 대안이 생성되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건축’을 중심에 두고 집, 공간, 시각, 결핍, 아름다움, 고귀함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쥐어준다. 알랭 드 보통의 글은,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어 간지러워진 그 부분을 언어로 잘 긁어주어 이따금씩 읽게 된다.

 

 

 

 

차례

1. 행복을 위한 건축

2. 어떤 스타일로 지을 것인가?

3. 말하는 건물

4. 집,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

5. 건물의 미덕

6. 들의 미래

 

 

 

집, 기억과 이상의 저장소 (127~160)

우리는 우리의 일그러진 본성을 바로잡아주고, 우리를 지배하는 일 때문에 희생해버린 감정들을 되살려주는 능력 때문에 어떤 건물들을 귀중하게 여긴다. 경쟁심, 질투심, 호전성, 이런 것들은 가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찾아온다. 그러나 광대하고 숭고한 우주 한가운데서 느끼는 겸허, 저녁이 시작될 무렵의 고요를 향한 욕망, 엄숙과 친절에 다가가고 싶은 갈망, 이런 감정들은 우리의 내적 풍경의 한 자리를 지속적으로 차지하기가 힘들다. 안타깝게도 그런 부분들이 우리 안에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집과 연결시키려 하는지도 모른다.

 

건축은 금방 사라지는 소심한 경향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증폭하고 견고하게 만든다. 그 덕분에 우리는 건축이 없다면 가끔 우연히 경험할 수밖에 없는 넓은 범위의 감정적 질감들에 더 지속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

 

... 우리가 집이라고 부르는 것은 단지 더 넓은 세상이 무시하는, 또는 우리의 산만하고 우유부단한 자아가 잘 붙들지 못하는 중요한 진실들을 더 일관되게 우리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곳일 뿐이다.

 

... 건축에 나서고 싶은 가장 진정한 충동은 소통과 기념을 향한 갈망과 연결되어 있는 듯하다. 말과는 다른 기록을 통하여, 사물, 색채, 벽돌의 언어를 통하여 세상에 우리 자신을 밝히고 싶은 갈망, 다른 사람들에게 내가 누구인지 알리고 싶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에게도 일깨우고 싶은 야망.

 

...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가장 깊은 수준에서 보자면, 그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감동시키는 대상과 장소를 물리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내적으로 닮는 것이다.